따뜻한 봄날, 동기들과 함께 서울 나들이 두 번째 날이다. 오전에는 창덕궁과 창경궁, 종묘를 둘러보며 고궁의 정취를 느끼고, 오후에는 본격적인 먹방을 위해 광장시장으로 향했다.
배가 고팠던 우리는 시장에 들어서자 유혹을 기다리듯 즐비한 먹거리들 구경에 앞서 ‘은성대구매운탕’ 식당으로 향했다.
광장시장 골목 안쪽, 오래된 듯 정겨운 외관을 지닌 이 식당은 이미 입구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걸 보니, 기대가 더욱 커졌다. 우리도 군말 없이 줄을 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따뜻한 온기 가득한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2인 기준 한 냄비에 3만 원.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꽤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 부드럽고 탱탱한 대구살, 콩나물과 무의 조화까지 완벽했다. 국물 한 숟갈을 뜨는 순간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 서울 동기 한 명이 웃으며 말했다.
"예전엔 이보다도 더 푸짐했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맛있다."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국물을 한 숟갈 더 떴다.
식사를 하는 도중, 소주가 등장했다. 한잔에 소주를 따라 서로를 바라보며 건배했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고, 앞으로도 힘내자!"
얼큰한 대구탕 국물과 깔끔한 소주가 입 안에서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소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한잔이 우리를 한층 더 가깝게 만들어주었다.
든든히 대구탕으로 속을 채운 후, 우리는 본격적으로 광장시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시장은 주말을 맞아 북적였고, 구석구석 사람 사는 활기로 가득했다. 골목을 따라 걷다 보니 유명한 빈대떡 골목에 다다랐다. 지글지글 부쳐지는 빈대떡 냄새에 다시 발길이 멈췄다.
뜨끈한 빈대떡 한 접시와 막걸리 한 주전자. 고소한 빈대떡을 한 입 베어 물고 부드러운 막걸리를 한 모금 넘기니, 세상 근심 걱정이 다 잊히는 듯했다. 빈대떡과 막걸리,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북적이는 시장 풍경이 어우러져 살아 있는 시간 속으로 우리를 끌어당겼다.
나는 광장시장 이곳저곳을 사진으로 담았다. 분주히 움직이는 상인들의 손길, 즐겁게 음식을 고르는 사람들의 표정, 가득한 시장의 온기. 셔터를 누를 때마다 마음 한편이 잔잔하게 울렸다.
문득,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한 생각도 스쳤다.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이 시장에서 느낀 살아 숨 쉬는 에너지가 작은 희망을 품게 했다.
바쁘게 돌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나 역시 다시 힘을 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이날, 시장을 다 둘러본 뒤 우리는 따뜻한 차를 마시며 짧은 시간을 더 보냈다. 그리고 중요한 약속 하나를 굳게 정했다.
"가을 11월에는 강원도에서 다시 만나자."
그 약속은 막연한 계획이 아니라, 모두가 기꺼이 마음을 모아 결정한 것이었다. 단풍이 물든 강원도의 어느 한적한 곳에서, 다시 오늘처럼 웃고 이야기 나누자고 약속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우정이 그대로 담긴, 의미 있는 약속이었다.
특히 이날, 서울 동기가 준비해 온 작은 선물들은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시장바구니, 텀블러, 골프공 등 세심하게 하나하나 챙겨 온 물건들. 여행을 함께하는 동기들을 생각하며 준비했을 그의 정성과 배려가 느껴져 더욱 고마웠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이런 정성을 잊지 않는 동기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모두가 감사한 마음으로 선물을 받았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향한 고마움과 11월의 재회를 기약하며,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서울 한복판 광장시장에서 보낸 하루는 단순한 여행을 넘어, 앞으로의 삶에 작은 용기와 따뜻한 추억을 남겼다.
대구탕의 얼큰한 맛, 빈대떡과 막걸리의 고소함, 그리고 사람 냄새 가득한 시장의 온기.
그 모든 순간들은 오래도록 마음 한구석을 따뜻하게 밝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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