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관람을 마친 우리는, 자연스럽게 옆에 위치한 창경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봄기운이 완연한 날씨 덕분에 걷는 동안 발끝마저 가벼웠다. 창경궁은 본래 세종대왕의 아들 문종이 어머니와 왕실 여인들의 안락한 생활을 위해 지은 궁궐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아늑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정문인 홍화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단아하게 꾸며진 궁궐 공간이 펼쳐졌다. 명정전까지 이어지는 길은 돌바닥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그 주변으로는 키 큰 소나무들이 부드러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봄바람에 나뭇잎들이 살랑거리고,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길을 반짝이게 했다.창경궁의 중심인 명정전은 단정하고 고요했다. 붉은 기둥과 푸른 단청은 시간이 지나도 그 위엄을 잃지 않았고, 주변 마당에서는 때마침 어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