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서기관 시절 교육동기들과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이번 모임은 서울시청에서 근무하는 동기가 정성껏 주관해주었고, 전국 곳곳에서 시간을 내어 모여준 동기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오랜만에 얼굴을 맞댄 우리는 반가운 인사를 나눈 뒤, 백제고분로에 위치한 장수설렁탕해장국으로 향했다.
10년 넘게 변함없는 맛과 가격을 지켜온 이곳에서 우리는 설렁탕 한 그릇과 수육 한 접시를 주문했다.
아침부터 살짝 망설였지만, 기념 삼아 소주 반주도 곁들였다.
진한 국물과 부드러운 수육을 맛보며, 전날 쌓인 피로를 말끔히 풀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마주한 얼굴들, 따뜻한 음식, 그리고 소소한 반주 한 잔이 어우러지며 하루의 시작이 무척 훈훈했다.
네이버 지도
장수설렁탕해장국
map.naver.com
아침을 든든히 채운 후, 우리는 카카오 단체택시를 이용해 창덕궁으로 이동했다.
택시 안은 설렁탕 맛과 오늘 일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들떠 있었다.
창덕궁에 도착하자, 입구에서 웅장한 은행나무 보호수가 먼저 눈길을 끌었다.
수백 년의 세월을 견딘 이 거목은, 궁궐을 지키는 수문장처럼 굳건히 서 있었다.
바람에 은행잎이 살랑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 역시 긴 시간 변함없이 이어진 인연을 소중히 느꼈다.
돈화문(敦化門)을 지나 창덕궁 안으로 들어서자, 과거 조선 왕조의 숨결이 오롯이 느껴졌다.
정갈한 돌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며, 일상의 소란은 점차 사라지고 고요한 궁궐의 품속으로 스며드는 기분이 들었다.
인정전(仁政殿)에 이르러서는 모두가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조선의 국왕이 신하들과 대사를 논의하던 중심 무대인 이곳은, 화려하지만 절제된 품격이 느껴졌다.
햇살에 빛나는 기와지붕과 단아한 처마 곡선은, 오랜 시간의 무게를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인정전 뒤편을 지나며 우리는 낙선재를 둘러보았다.
소박하면서도 깊은 멋을 지닌 낙선재는, 조용히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세월을 견뎌온 듯했다.
돌담길과 아담한 마루를 바라보며, 조선 후기 왕실 사람들의 일상이 문득 떠올랐다.
창덕궁 곳곳에는 형형색색의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한국 전통 한복을 입고 궁궐을 거니는 그들의 모습은, 전통과 현대, 한국과 세계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서툰 한국어로 건네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말은, 우리를 미소 짓게 했다.
한편, 가장 기대했던 창덕궁 후원(비원) 관람은 아쉽게도 일정이 맞지 않아 이번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비원은 자연을 최대한 존중하여 조성된 조선시대 대표적인 비밀 정원으로, 언제나 창덕궁 방문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곳이다.
"다음에 다시 꼭 오자"는 약속을 서로 다지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창덕궁을 천천히 거닐며, 우리는 오랜 시간과 품격이 빚어낸 이 궁궐의 진면목을 온몸으로 느꼈다.
자연과 건축, 시간과 사람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 공간은, 단순히 오래된 장소를 넘어 살아 숨 쉬는 역사 그 자체였다.
오늘 하루, 전국 각지에서 달려와 준 동기들과 함께한 이 특별한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함께해준 동기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짧은 시간이였지만, 마음속에는 오래도록 깊은 여운을 남기면서 다음 일정인 창경궁으로 이동했다
창덕궁 만남에서는, 오늘 나누었던 웃음과 이야기들에 더해, 후원의 아름다움까지 모두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 좋은 시간을 가슴 깊이 간직하며, 창경궁을 향해 고고하고 2탄을 소개하고자 한다.
'생활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왕실여인들의 안락한 생활 창경궁을 돌아보며 (0) | 2025.04.28 |
---|---|
보석 같은 우리 우정 (0) | 2025.04.28 |
누에나루 선착장 야경 다녀와서 (4) | 2025.04.27 |
웃꼬살아유~! 어느 산악인의 넋두리 (0) | 2025.04.26 |
한국 대학생 둘이 만든 인공지능 'Dia', 세계 최고 수준 TTS 모델로 화제 (1) | 2025.04.25 |